▲ 황해문화 황해문화 100호 특집 국제심포지엄 1부세션. 황해문화는 새얼문화재단(지용택 이사장)이 인천에서 25년째 발행하고 있는 계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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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중국과 미국, 일본, 호주 등 국제 석학들이 인천을 찾았다. 새얼문화재단은 황해문화 통권 100호 발간기념을 기념해 6월 29~30일 인하대학교 정석도서관에서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29일 열린 1부 세션은 <통일과 평화 '사이'의 사상들을 잇다>가 주제였다. 마크 셀던(Mark Sheldon) 코넬대 교수는 한반도 평화와 북미ㆍ중미 관계를 주제로 발표했고,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립국 통일론과 주한미군을 주제로, 백원담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비동맹을 주제로 발표했다.
"미국의 정치적 리더십, 미래 예측하기 어려워"
▲ 마크 셀던 코넬대학교 마크 셀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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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셀던(Mark Sheldon) 코넬대 교수는 4.27 북미회담의 합의가 구체적이지 않으며, 평화협정은 '상호 인정' 아래 가능한 것이라며,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북한이 핵을 폐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래는 그의 강연 내용이다. <편집자 주>
한반도는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한 뒤 독립했지만, 분단됐다. 한국전쟁 당시 1953년 체결한 정전협정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동아시아에서 정치, 경제적 변화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는 언제나 협상의 전문가라며 북핵 문제해결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CVID) 폐기하면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이 그렇게 항복을 선언할 가능성은 없다.
남북 판문점선언 이후 북미는 싱가포르 합의를 도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많진 않다. 싱가포르 회담은 '미디어를 위한 행사'였다.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를 포기하면, 미국이 파라다이스를 약속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긴 힘들어 보인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미국 언론은 북이 많은 것을 챙겼다고 비판했지만, 미국은 이란과 체결한 핵 합의를 파기했고, 리비아는 현재 내전 진행 중이다. 그만큼 미국의 정치적 리더십은 불안정하고,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의 성장으로 아시아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있고,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또 러시아도 경제와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대신 미국의 영향력은 쇠퇴하고 있다. 남북이 중국, 러시아와 철도와 도로로 연결되면 동아시아로 평화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었다. 4.8%인 관세를 10% 이상으로 올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캐나다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미국이 적자 보는 모든 국가에 관세인상을 선언했다. 여기에 중국은 강경한 입장이다.
미국 입장에선 이 같은 변화는 미국의 헤게모니가 약화될 수 있다. 중국과는 무역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고, G2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무시 못한다. 그래서 미중관계가 큰 영향을 미친다.
박태균, "한반도 중립화는 미국이 먼저 검토"
▲ 박태균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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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서울대 교수는 미국이 과거에도 공식적으로 중립국을 검토했다며 '한반도 중립국 통일국가'를 주장했다. 아래는 그의 발제를 요약한 내용이다. <편집자 주>
미국이 공개한 문서에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 후 북진할 때 한반도 중립화 의제가 대두됐다. 핵심은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가치평가였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당시 갖고 있기도 뭐하고, 안 갖고 있기도 뭐한 존재였다.
미국은 국제기구를 통해서 지원한 나라는 안전을 보장한다. 그러나 미국이 지원한다고 해도 한반도의 가치가 미국 앞에 놓이진 않는다. 미국으로선 돈이 아깝고, 그렇다고 버리기엔 아깝고, 그래서 중립국가 얘기가 나왔다.
한국전쟁을 치르며 3배 이상 증가한 국방비 감축을 위해 중립화 방법이 거론됐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문서를 보면 당이 아이젠하워 미 정부는 중립화를 심각하게 논의했다. 정부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외 미군 감축 방안을 논의하면서 중립화를 논의했다.
그러나 그 뒤 냉전이 격화하면서 중립화는 들어갔다. 흥미로운 것은 주한미군 철군과 감축 등이 모두 공화당이 집권했을 때 논의됐다는 점이다. 미국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립화를 검토하고, 핵무기 배치를 검토했다.
아이제하워보다 닉슨은 금태환제도를 정지할 정도로 처지가 더 급했다. 베트남전쟁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자, 주한미군 1개 사단을 72년 감축했다. 이때 한국은 자주국방을 검토하고, 핵개발을 착수했다.
아이젠하워는 핵을 통해서 군사력의 가성비 높이겠다는 것이었고, 닉슨은 긴장완화를 통해서 비용을 줄이겠다는 거였다. 미국에서 워터게이트가 터지지 않았으면 주한미군은 거의 철수했을 가능성이 높다.
닉슨 정부의 대외 정책에 주목하는 이유는 트럼프 정책이 유사할 수 있어서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는 닉슨 정책을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 부시 대통령 부자는 한국군 작전통제권 넘기려 했고, 그전에는 정전협정의 군사정전위원회 대표를 한국군으로 교체하려 했다. 이는 미군철수로 볼 수 있다. 카터 대통령은 철수하려고 했는데 군부 반대로 못했다.
문제는 주한미군이다. 북한도 주한미군 주둔을 인정했다. 중국에서도 이 문제는 관심사다. 미국이 제안한 중립화가 중요한 힌트다. 비현실적인 얘기였는데, 새로운 주장이 될 수 있다. 남한의 국력은 50년 전과 다르고, 북한은 핵을 갖고 있다.
무리하게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 여러 열강을 집어넣을 게 아니라, 평화협정은 남북미가 체결하고, 중립화를 보장하는 방안에 주변국을 넣는 방안을 검토해 보자.
"중국은 다자간 협력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 백원담 백원담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장(한국냉전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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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백원담 소장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다원질서로 변하고 있는 만큼, 북미관계, 중미관계만 주목할 게 아니라며 1961년 유고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1차 비동맹회의를 주목했다. <편집자 주>
북미가 정상회담을 하던 날 중국 인민일보에는 북미회담이 단신으로 보도됐다. 대신 상하이협력기구 회의가 대서특필됐다. 미국 중심의 질서를 재편해 다자간 체제로 전환하는 것으로, 구 소련에 속한 중앙아시아 6개국에 인도와 파키스탄이 가입했다.
북미 정상회담 이상으로 중요했다. 이보다 앞서 4월에는 보아오포럼을 개최했다. 아시아 26개국 정상이 경제협력을 위해 참석했다. 아시아가 아시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인류공동운명체'와 '문명다양성'을 강조했다. 단순한 수사로 여기면 안 된다.
중국은 여전히 체제경쟁에서 사회주의를 포기하지 않았다. 김정은의 3차 방중 때 중국은 공산당과 중국 정부는 북한과 관계발전, 북한 인민에 대한 우호, 조선(=북한) 사회주의 지지, 이 세 가지는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중 분쟁은 지속될 것이고, 일대일로는 미국과 충돌할 것이다. 지금 중국은 다자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반둥회의도 보내지 않았다. 기존 사고 틀을 벗어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1961년 베오그라드에서 1차 비동맹회의가 열렸다. 다원하고 평등한 관계, 중심국가로만 사고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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