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중립 정책에 대한 평가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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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중립 정책에 대한 평가와 전망
강종일 박사/한반도중립화연구소장
I. 머리말
김일성이 중립 통일을 주장한 이래, 북한은 중립 통일 방안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김정일도 김일성의 중립 통일 사상을 계승하여 발전시키고 있으며, 한반도의 스위스식 무장중립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사회과학원 소속 학자들도 중립 통일 문제를 연구하면서 한․일병합의 무효화를 주장하는 근거를 고종의 영세중립 정책에서 찾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중립정책 연구에 대비한 남한의 대응이 또한 필요하다.
김일성은 1980년 한반도의 중립통일 방안을 최초로 제안했다. 그는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설안’을 발표하면서 “북과 남의 두 지역을 하나의 연방국가로 통일하는 조건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이 중립국가로 되는 것은 필연적이며,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통일방안”이라고 강조했다(노중선 1996, 218). 그 후 김일성은 수차에 걸쳐 중립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남한이 중립통일 방안을 수락할 것을 촉구했다.
김정일도 한반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반도가 스위스와 같은 무장중립(Swiss like armed neutrality) 국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김정일은 한반도의 무장 중립국의 근거로서, 한반도의 지정학, 한민족의 평화 애호사상, 한반도의 냉전종식의 필요성, 남북의 전쟁억지, 그리고 남북한 군대의 무장중립 역량보유 등을 제시하고 있다(Kim Myong Chol 2001, 111).
북한의 사회과학원 소속 역사학자 리종현과 정남용은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가 2001년 1월 25일부터 28일까지 하와이 대학교에서 주최하는 한․일병합 조약에 관한 법적 유효 문제를 토론하는 국제학술회의에서 고종이 1903년 조선의 영세중립국 실현을 위해 일본정부에 발송한 외교문서를 근거하면서 한․일병합은 법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조선일보 2001년 2월 8일자).
러시아의 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조선 지도과 소속 와진 드파체크 교수는 1998년 1월 모스크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학자들은 통일된 한반도가 중립국이 되어야 한다고 인정하고 있으며, 한국인은 과거 중립화 통일을 주장한바 있으나, 지금은 반대로 북한이 중립통일을 원하고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내외통신 1998년 1월 21일자).
김일성의 중립통일 제안에 나타난 북한의 중립통일정책과 북한 학자의 한반도 중립문제 연구, 그리고 러시아 학자가 지적한 북한의 중립통일 지향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살펴 볼 때 현재 북한에서는 한반도의 중립통일에 대한 상당한 연구와 진전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북한의 중립통일에 대한 주장과 연구가 장차 한반도의 통일에 대비한 진정한 통일의 대안으로 제시될 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북한이 중립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일이 스위스식 무장중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김일성의 중립정책을 계승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으나, 김일성은 중립통일을 공개적으로 제의한데 반해 김정일은 스위스식 무장중립에 대한 정책과 주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중립정책에 대한 김정일의 관심과, 북한 학자들의 영세중립 연구에 대한 남한의 연구는 장차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대비하여 그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 글의 목적은 북한이 중립통일을 주장한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며, 그 과정을 소개하고 분석함으로써 한국 정부와 유관기관의 대응책 마련에 자료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 글은 김일성이 1980년 중립통일을 남한에 공개적으로 제의한 시기부터 2001년 김정일이 제시한 스위스식 무장중립론의 관심표명 시기까지 북한에서 주장된 중립주의와 중립연구에 대한 전개과정을 분석하고 평가한다.
이 글에서 언급된 중립(neutrality)과 중립주의(neutralism), 영세중립(permanent neutrality), 중립화(neutralization), 및 비동맹중립(non-alignment neutrality)에 대한 간단한 개념은 다음과 같다.
중립은 주로 전시에 적용되는 것으로 전쟁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는 전쟁당사국 어느 한편을 지원하거나 편의를 제공할 수 없고, 엄정한 중립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쟁종료와 함께 그 효력은 상실된다.
중립주의는 중립을 지향하고 있는 국가가 군사적으로 어떤 블록에도 가입하지 않고 자국의 안보를 위한 안전보장 장치로 선택하는 국가의 외교정책이다(오기평 1976, 277). 이는 냉전시대의 산물로서 세계 제2차 대전 후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반대한 신생독립국가들이 표방한 민족주의(nationalism) 형태로 약소국이 자국의 영토와 주권을 보호할 목적으로 강대국간의 갈등과 헤게모니 대립에서 벗어나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국제정치의 양식이다.
중립화와 유사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영세중립은 그 국가의 정치적 독립과, 영토의 통합이 주변국가와 국제적 협정을 통하여 영구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말한다(Black 1968, ix). 영세중립은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국가만을 그 대상으로 한데 반해, 중립화는 국가를 포함한 국제하천, 국제수로, 북극, 남극 등을 그 대상으로 할 수도 있다.
이 글의 구성은 먼저 김일성의 중립통일론을 고찰한 후, 김정일의 스위스식 무장중립론의 내용을 검토하고 분석하며, 고종의 영세중립 정책과 북한의 중립정책에 대한 연구내용을 살펴보고, 결론에서 북한의 중립정책을 평가하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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